[10세] 현현각 양지 :: 학교 방과후 수업 :: 씽크탱크 바둑3 완료
본문
민오름 탱크바둑이 작은 제주섬에 민오름이 이렇게 많다. 강아지가 바둑판 모양으로 얼룩지면 바둑이, 하얀 개면 백구, 뭐 이런식의 작명이라서 민둥산이면 민오름이다. 물론 지금은 민둥산이 아니지만. 이 중에 내가 오늘 간 곳은 가장 오른쪽에서 두번째 왼쪽에서 세번째 번영로 변에 있는 오름이다. 여담인데, 빨간흙 붉은오름 검은흙 검은오름 돌많으면 돌오름 샘이 있으면 세미오름. 높으면 높은오름. 너무 바둑이 스러운 작명이다. 봉개 민오름은 자비없는 직벽의 계단, 그리고 그 오르막 주변에 부추처럼 올라오는 달래들의 추억이 있고서귀포쪽 민오름은 을씨년스러운 삼나무숲의 추억이 있다. 그리고 오늘 올라간 민오름은 목장에 둘러싸인 이미지. 자 오늘 코스를 간략하게 보면, 녹색점이 주차장소 그리고 보라색 원을 향해 평지를 걷는다. 보라색원은 비교적 가파른 오름 등산로. 그리고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맞은편으로 내려온다. 우측으로 시계방향으로 회전해서 복귀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서 목장 사유지를 관통하고 아스팔트 도로를 걸어 복귀했다. 노란색 원은 벚꽃으로 유명한 골체오름이다. 민오름 탐방 - 입구를 찾다골체오름 입구의 물탱크탑 앞에 차를 세웠다. 설마 저멀리 탱크바둑이 있는게 민오름인가? 여기가 아닌가 싶은 불길한 마음을 이 간판 하나가 잠재운다. 다만 직전 500미터 라는 매직표시가 좀 짠하다. 평평한 길을 걷는다. 농로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주변에 농지는 없고 목장과 공동묘지뿐이다. 저 멀리 있는 민오름이 생각보다 금방 다가왔다. 뭔가 타는것에 익숙한 우리들은 의외로 걷는걸 얕보는 경향이 있다. 은근히 슬로우 앤 스테디는 생각보다 강력하다. 산(오름) 아래 도착했다. 대부분의 오름들엔 산 아래 주변을 도는 임도가 있다. 그리고 임도에서 어디서든 바로 오름으로 진입이 불가능하다. 삼나무때문인데 은근히 빽빽히 심어놓은 삼나무는 육지의 덤불숲보다 더 접근을 막는 효과가 있다. 오른쪽엔 뭔가 철문이 있어서 찝찝했다. 좌회전한다. 인적이 드문 숲길을 혼자서 걸을땐 발자국을 살피는 습관이 있다. 등산화자국이나 등산스틱으로 찍은 자국을 찾는건데 어느방향으로 걸었는지 얼마나 많이 지나갔는지를 탐정처럼 찾는다. 탐방로가 맞는가 하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인적이 없다. 자동차의 타이어자국과 저 둥글한 발자국은 말의 편자 자국이다. 민오름 탐방 - 등산로 입구산불조심. 그리고 사람들이 걸어다닌 흔적. 탱크바둑이 이길이 맞나보다. 사실 초보자에게 주의를 주자면 이렇게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만을 맹신하면 안된다. 벌목을 위한 인부들이 드나든 자리가 은근히 많아서 등산모임의 리본이나 밧줄, 안내판을 찾아야 한다. 여기는 노란 리본이 보인다. 이길이 맞다. 육지인들과 제주인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삼나무에 대한 사랑 아닐까 싶다. 쭉쭉 뻗은 삼나무 숲의 이국적인 모습에 감격한 육지인들은 금방 삼나무 숲과 사랑에 빠진다. 비자림 확장때 삼나무 벌채를 못하게 한다며 공사를 막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 사람들은 삼나무를 별로 안좋아 한다. 봄에 꽃가루때문에 고생스럽고 은근히 이기적인 나무인지라 햇볕을 혼자서 빽빽하게 막아서 나무 아래를 사막처럼 만들어버린다. 간벌을 해주지 않은 숲은 해가 안들어 어두컴컴하고 음산한 기분까지 만든다. 나는 제주인은 아니지만, 이제 삼나무가 싫다. 밧줄을 연결해서 탐방로를 알려준다. 삼나무 잎이 쌓이면 앞사람의 발자국을 지우기때문에 길을 잃기 쉽다. 급경사의 시작. 여기는 삼나무를 좀 벌목해서 하늘이 트인다. 기분까지 트이는 기분. 생각해보니 이때까지는 하늘색도 좋았고 해도 반짝 했었다. 길은 투박하지만 스러진 나무로 계단까지 탱크바둑이 잘 만들었다. 후에 만나는 산불감시초소 초로의 근무자가 만들었다고 하던데 과연 이게 혼자서 할수 있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뒤돌아 보니 금새 벌판이 저만치 멀어졌다. 그뒤로 제주 동쪽의 수많은 오름들이 발아래로 보이기 시작한다. 정상에 다 온것같은 느낌이 든다. 제주 오름을 올라본 경험상 이런 느낌이 들었을때 70프로는 정상이었고 30프로는 한번 더 올라야 했었다. 어렴풋이 산불초소가 보이는걸 보니 진짜 정상인가 보다. 산불초소가 있다는 건 이 근방 오름중에서 높이나 전망으론 대장이란 뜻이다. 아래를 굽어보며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감시하는 목적이니까. 정상 산불초소 올라오는 동안 사람은 커녕 사람의 발자국조차 찾지 못했는데, 이곳엔 근무자가 있었다. 본래의 목적은 산불감시지만 이렇게 이따금씩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길안내도 해주고, 근처의 오름들과 경관을 설명해주셨다. 보이는 모든 오름들의 이름을 설명해주신다. 조천과 구좌의 앞바다는 물론 남쪽바다인 표선앞바다도 날이 좋으면 보이고, 저멀리 우도는 흐린날씨에도 보인다. 성산일출봉도 흐릿한 실루엣이 보인다. 그만큼 전망은 좋은 곳. 하산 왔던길을 되돌아 가는것이 가장 안전한 산행이지만, 경치와 주변 숲을 탱크바둑이 보는 재미로 다니는 나같은 사람에겐 너무나 기운빠지는 짓이다. 당연히 새로운 길로 하산. 맞은편 길이다. 초소 근무자의 안내를 받았지만, 내려오면서 보니 길안내는 매우 주관적으로 하신 듯. 마치 여러 갈래의 길이 있는 것처럼 설명 했지만 갈림길은 산을 내려올때까지 찾지 못했다. 바닥에 복수초가 가득이다. 해가 뜨고 날이 좋으면 꽃을 열고 바람불고 흐리면 꽃을 닫는다. 곤충이 활동하지 않을땐 굳이 열어두지 않겠다는 나름 깐깐한 전략인듯 하다. 남학생 없는데 갈땐 맨얼굴, 있는데 갈땐 뭐라도 바르고 나가는 우리 딸이 생각난다. 가지가 없는 제주의 낙엽수들을 겨울에 보면, 구불구불한 가지들이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갈림길 산 아래는 여지없이 삼나무 숲. 드디어 길이 좌우로 나뉜다. 왼쪽이면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서 복귀 오른쪽이면 시계방향으로 돌아서 복귀일텐데, 산불초소 사장님이 반시계방향으로 순환로가 있다고 하셨기에 좌회전한다. 결과적으론 좌회전은 아니었다. 다시 활엽수 숲을 지난다.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서 사진을 열고 찍고 다시 넣고 하는 과정이 여간 귀찬은게 탱크바둑이 아니다. 내가 길을 걷다가 이걸 찍었다는 것은 분명 여기서 뭔가 느꼈거나, 보였거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열어보면 그냥 다 똑같은 숲이고 나무고. 이 포스팅을 읽는 사람은 모든 사진이 그렇게 보이겠지. 철조망이 있는 들판. 이 안에 말이나 소를 방목하는 농장일것이다. 철조망은 누군가의 침입을 막는 목적이 아니라 누군가의 탈출을 막는 용도이다. 저멀리 있는건 소인가, 말인가. 엉덩이가 하얀 가축이 있나? 하고 줌으로 땡겨 보니 노루가족이다. 목장에서 키우는건 아닐테고 숲에서 내려온 모양이다. 목장 사유지 걷다 보니 길이 철조망 문으로 막혀있다. 이 또한 내가 가는 방향에서의 진출을 막는 목적이 아니라 밖에서 진입을 막는 목적같다. 마침 농장의 일하는 사람들이 보이기에 함부로 문을 열지 않고 물었다. '혹시 이길로 나가면 안됩니까? 민오름을 올랐다가 길을 잘 못 들었습니다.'등산객이냐며 크게 개의치않아 하는것은 좋은데 철조망 틈으로 비집고 나오라고 하기에 뭔 소린가 멍하니 서 있었더니, 옆사람이 묶인줄을 두어바퀴 풀어 문을 열어준다. 살짝 빈정상함. 제주도 오름중엔 사유지가 많아 길이 탱크바둑이 막힌 곳이 많다. 민오름 바로 앞 부대오름만 해도 사유지라 잘 닦인 산책로에 대못을 박아 길을 막아뒀다. 부소오름은 국유지라 오픈된다. 여기 민오름도 법인소유의 사유지다. 자세히 보니 이 철조망은 가축의 탈출을 막기 위함이 아니라 사유지 진입을 막기 위한 시설물같다. 길 좌우로 철조망이다. 오름을 나오면서 보니 목장의 정문으로 나오는 구조. 나처럼 나오는 사람은 있어도 들어오는 사람은 없을 길이다. 차를 찾기 위해 이런 도로를 한참 걷는다. 좌우로 벚나무가 꽃망울 터트릴 준비가 한창. 도로의 왼쪽엔 한가롭게 풀을 뜯는 말들이..도로의 오른쪽엔 숲에서 결혼사진을 찍는 웨딩촬영팀들이. 골체오름 차를 세운곳까지 왔는데 걸음수가 살짝 아쉬워 골체오름도 경유하자. 전에 벚꽃으로 가득할때 와봤었다. 그 때 기억으론 그냥 언덕이었는데. 아무 설명없는 473미터. 그정도 걸어가면 정상이란 뜻인가보다. 좌우로 간격을 두고 심은건 벚나무다. 벚나무 묘목을 키우는 농장인가 싶게 적당한 간격으로 평지에 심어뒀다. 하지만 골체오름 이 근방 전체는 개인땅이 아니라 시유지다. 저 보이는 언덕끝이 오름의 정상이다. 5분만에 올라버린 정상. 이정도면 골체언덕정도 탱크바둑이 해야 되지 않나. 오름이라 하기엔 너무 아담하다. 경주에 있는 큰 왕릉정도 사이즈 아닐까 싶다. 일주일정도면 활짝 필것 같은 벚나무. 이 벤치가 정상이다. 나름 오름 정상이라고 등산모임의 리본들이 몇개 달려있다. 민오름을 바라보며 하산. 언덕(?) 너머엔 폐허의 체육공원이 있다. 해발 519미터의 민오름을 올랐다. 앱상의 기록으론 총 5키로미터를 걸었고, 획득고도는 175미터. 이미 여기가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해발 500미터가 넘지만 오른 거리는 200미터도 안되는 이유다. 조천항그냥 귀가하기엔 좀 아쉬움이 남아 루어낚시 캐스팅 연습이나 할겸 조천항에 들렀다. 태풍급 바람에 파도. 낚시는 고사하고 그냥 서있기도 힘든 날씨. 총 평민오름이 다섯개나 있고, 유명하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문득 이름때문에 안유명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새별오름처럼 뭔가 제주도스러운 이름이었다면 주차장에 차가 그득한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적어도 산불초소가 있는 오름은 중간이상이다. 특히 탁트인 전망을 높이 치는 사람들이라면, 날씨좋고 시야 잘나오는 날 그 어떤 오름보다 괜찮은 곳이지 않을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산141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1912
댓글목록 0